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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3일 토요일

이정동, 축적의 길

1718, 이정동, 축적의 길

우리는 전쟁후 폐허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큰 경제 성장을 했고, 미들 인컴트랩도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이다. 미들 인컴트랩을 극복한 나라는 총 열댓개의 나라가 있고, 이중에서 의미있는 극복을 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의 성장률을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중이고, 상위 100대 기업의 리스트에 큰변화가 없은지 오래다. 즉 지금까지 잘해오던 기업만 있고 새로운 기업들이 없는 것이다.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필자가 본 위기는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기존 산업구조는 자본재를 수입해서 제조를 빨리하고 품질을 확보한후 빨리 내다 파는 구조였다. 즉, 신속한 실행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비교우위는 일시적일 한계를 지니고 있기에 우리는 개념설계의 영역으로 다시 도전해야 한다.

개념설계는 기존에 없던것을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필연적이고, 단기적이기 보다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지난한 과정을 축적이라고 정의한다.

축적을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한 분야에 수십년간의 경험이 있는  고수를 키워야 한다.  그려진 밑그림을 받아와서 빠르게 실행하는 모델이어서 시행착오를 축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고수는 과소평가 되어 왔다. 이해력이 빠르고 야근을 해서라도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젊고 똑똑한 인력이 선호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키우기 위한 스케일업역량도 키워야 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실패하더라도 조금씩 경험을 쌓아 나가는 능력 말이다. SAP의 하나 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그런 과정을 거쳐 대박을 치게 된 것이다.

우리도 높아진 임금때문에 오프쇼어링이 많아지고 있는데, 제조공장은 단순히 생산 역량이 아니라 혁신적 지식을 담고 있는 기반이 된다. 미국의 리쇼어링도 이런 절박한 메세지에 기반한 전략이다.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의 캄콴바는 온갖 시행착오 끝에 풍력발전기를 완성했다. 하지만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보면 첨단이 아닌것은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축적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중국의 혁신 방식을 리뷰해보면, 중국의 전략은 드 넓은 공간의 힘으로 축적의 시간을 압축하는 것에 있다고 볼수 있다. 한 예로 중국의 철도 사업을 들 수 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광활한 토지에 철로를 깔다보니 경험의 축적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더운곳은 3-40도 추운곳은 영하50도에 이르는 곳에 철로를 깔아야 하니 실패도 여러번 했고 그 양도 무시못할 수준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왜 그렇게 우리 회사 생각이 많이 났던지..
흔히들 비지니스 모델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프레임으로 얘기를 풀어간 반면에 이 책은 명료하게 그 이유를 되짚어 주었다.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그것에 고수따위 필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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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income trap, 왜 성장이 멈출까?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위 '후발자의 이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후발국의 낮은 임금이 무작적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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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의 비유를 들면 1단엔진 분리 실패, 2단 엔진 점화 실패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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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계는 실행 역량은 강하지만,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 이를 얻으려면 도전적인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 그래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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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에 입사한 일본 조다이의 설계엔지니어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가 트랙이 형성되어, 순환보직하지 않고 한 분야에서 꾸준히 시행착오를 축적함으로서 고수가 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산업은 그려진 밑그림을 받아와서 빠르게 실행하는 모델이어서 시행착오를 축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을 쌓은 프로가 아니라 이해력이 빨라 금방 벤치마킹할 수 있고, 야근을 하면서라도 많은 양의 일을 짧은 시간안에 처리할수 있는 능력, 그래서 조기완수를 달성할 수 있는 인력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항상 젊고 똑똑한 인력을 선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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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는데 집착하지 말라. 개념설계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스케일업 능력에서 나온다. SAP의 HANA DB는 인수후 출시까지6년, 안드로이드는 3년의 스케일업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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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쾀바의 도전정신은 참으로 갸륵하고 놀랍다. 그러나 아무리 천재적인 개념설계의 아이디어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축적된 지식이 없는 사회에서 태어난 외로운 혁신적 기업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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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속한 조직이 얼마나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흥미롭다. 50대 이상은 혁식적이라고 답한 반면, 20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답하고 있다.
50대는 고도성장기 한국 산업의 루틴, 즉 실행의 루틴을 가장 잘 실천해온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평생 몸에 밴 프레임대로 '실수없이, 6개월 안에' 창의적인 결과를 내라고 지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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